1. 사실관계
피고인 갑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관계수급인 병 사업체 소속 근로자 정이 피고인 갑 회사의 야외작업장에서 중량물 취급 작업인 철제 방열판 보수 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 섬유 벨트가 끊어지고 방열판이 낙하하면서 정을 덮쳐 정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피고인 을은 피고인 갑 회사의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대표이사이고, 피고인 병은 피고인 갑 회사의 사업장에서 금속가공업을 영위하는 사업주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갑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을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관계는 어떠한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가. 피고인 을은 ‘관계수급인의 작업에 대한 원청의 관리감독 권한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고 난 공장이 피고인 갑 회사의 사업장 안에 있기는 하지만 갑 회사의 공장과 별도로 떨어져 있고, 업무도 별개로 하고 있으며, 수리나 보수 작업을 한 번 맡기고 나면 그 작업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분이 좀 모호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나. 검사는, 피고인 을의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 상호간은 상상적 경합으로 공소를 제기하는 한편, 피고인 을의 위 각 죄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 상호간은 각각 실체적 경합으로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3. 1심 법원(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2고합95 판결)의 판단
가. 1심 법원은 피고인 을에 대하여,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거나, 도급 등을 받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 절차를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7조 제1항,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의 점),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1호, 제2조 제2호 가목(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한 중대산업재해의 점), 각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8조 제1호, 제38조 제1항, 제2항, 제3항(안전조치 불이행의 점), 각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8조 제1호, 제39조 제1항(보건조치 불이행의 점)을 적용하였습니다.
나. 1심 법원은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고,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으며,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 역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재판의 경과
가. 항소심(부산고등법원(창원) 2023노167 판결):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
나. 상고심(대법원 2023도12316 판결): 검사의 상고를 기각.
5. 시사점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사업주 등은 도급의 경우에도 수급인의 종사자에 대하여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할 의무가 있는데,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면책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병은 2014년경부터 피고인 갑 회사의 관계수급인으로서 제강 및 압연 현장에 쓰는 물품의 수리 및 조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업장 소재지를 피고인 갑 회사와 같은 피고인 갑 회사 사업장 내에서 대다수의 작업을 진행하였으므로 피고인 갑 회사가 피고인 병의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 갑 회사가 실제 피고인 병에게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이상 피고인 을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유한) 동인 중대재해대응센터/ 변호사 박용우 (02-2046-0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