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두 개의 독립된 헌법기관의 직무를 겸한다
최근에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있었다. 우리 헌법은 선거와 정당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상 독립된 기관으로 설치하고 있고, 지방에는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를 두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그 중 3인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고,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대법원장은 보통 대법관 중 1인과 법원장 중 2인을 지명하며,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관례상 대법관 위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되고 있다.
선거관리는 1년 365일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법원은 선거관련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법관인 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법위반행위를 수사기관에 고발하여 수사 후 형사재판에 회부된 사안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권력의 분립은 법치국가의 조직원리이다. 독립적인 국가기관이 서로 다른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가는 것으로서, 특정한 국가기관의 권력의 비대화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권력의 집중은 부패와 남용으로 이어진다.
독립된 국가기관이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여야 함은 물론 그 국가기관의 구성원이 다른 국가기관의 구성원이 아니어야 하는, 겸직의 금지가 전제될 때 독립기관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 태생적인 종속관계에서는 독립성이나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실현될 수 없다.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장이나 구성원이 되고, 법원이 재판에 적용하는 법률의 위헌여부, 법관을 포함한 고위직공무원의 탄핵, 정당의 해산 등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9인 중 3인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 규정은 권력의 분립이나 권력의 분산 등 보다 더 본질적인 헌법정신에 배치된다. 만일 헌법재판소장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대법관 일부를 지명하도록 헌법규정을 개정한다면 과연 수용될 수 있을까 묻고 싶다.
요즘 헌법 개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권력 분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제도나 시스템으로 그 본질을 구현해 나가야 하며, 제왕적 권력 집중은 청산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 법원조직법 개정안으로 발의되어 있는 헌법재판관후보 추천위원회의 도입이나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의 자료 일부 공개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대법원 등 각급 법원에 진행중인 사건들이 참 많다. 사건관계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아직 적정하게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변호사 2만명에 법률시장이 점차 개방화되는 시대, 다양한 경험과 법률적인 식견을 갖춘 법조인력 풀은 전국적으로 폭넓게 존재한다.
헌법 전문에는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해나가고자 하는 국민의 다짐이 있다.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제도는 헌법정신에 맞게 정상화되어야 한다. 누구나 오만과 편견, 뿌리 깊은 기득권에서 탈출해야 한다. 이번 헌법개정 시 ‘각자의 몫은 각자에게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