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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제][시론] 정부의 의사결정과 설명의무

2016.08.02

[시론] 정부의 의사결정과 설명의무


사진설명




이승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의사는 자신에게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나 그 보호자에 대해 설명의무를 갖는다. 환자는 자신의 신체나 정신에 일어날 일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있으며, 어느 누구도 환자의 의사에 반하여 환자의 정신이나 신체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이 의사에게 설명의무를 지우는 이론적 배경이다. 물론 의학 지식이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환자는 의사와 대등한 상태에 있지 않다.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이를 반박하거나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여 이를 관철하는 환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수술을 받을지 여부 또는 어떠한 수술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등에 대해 환자가 최종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설령 의사의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할지라도 수술이나 진료 전 의사로부터 들은 한 마디는 환자나 그 보호자에게 큰 위안이 된다.


정부 역시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 국민들에게 이를 설명할 의무를 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정부와 국민으로 바꿔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고도의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한 분야까지 여론이나 국민투표로 실행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겠으나, 그렇다고 해도 국민들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일반 국민들은 정부에 비해 제한된 정보나 지식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하는 일은 모두 옳으니 입 다물고 따르라는 식이 되어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결정에 커다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일명 사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우리 안보에 꼭 필요한 수단이므로 마땅히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그 실질적인 효용가치를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드가 배치되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다. 여기에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나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쟁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사드 도입의 타당성 여부를 따지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필자는 그런 식견과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이는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논의 과정이 얼마나 충실했는지, 특정 지역을 배치 장소로 결정함에 있어서는 어떤 고려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많은 이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왜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 느닷없이 군사시설이 배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 발표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를 지역 이기주의로 쉽게 재단하여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앞으로 정부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어질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스럽기만 하다.


하나하나 예를 들진 않겠지만, 돌이켜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많은 일들이 그랬다. 도대체 왜 충분한 논의나 검증도 없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저토록 시급하게 추진하나 싶었던 적이 꽤 있었다. 정권이 바뀐 후 수사가 이루어져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으므로 어떤 이들은 의심했고, 어떤 이들은 반발했으며, 이로 인해 오랜 기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충분한 정보가 없으니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으나, 책임 있는 사람들은 침묵하거나 엉뚱한 말로 대답을 대신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나 현장에서 답을 기다렸다. 의사결정 과정에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토론을 거쳐 사안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결정한 후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고자 하는 시도가 반복되었기에 당사자들은 납득하지 못했고 정부를 불신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신뢰하고 찬성하는 입장에서야 일부 무지한 세력이 정부의 선의를 곡해하는 것으로 치부할 것이고, 실제로 불손한 세력들이 끼어들어 약간의 부작용을 침소봉대하거나 파렴치한 이들이 개인적 이익 취득을 획책한 경우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관련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어야 하며 정부는 사전에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예방하여야 할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으며, 무엇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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