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정유사들이 1998년부터 3년간 군납유류 입찰에 참가하면서 발주물량 중 일정 비율로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결의하고,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한 후 입찰에 참가하여 국방부와 약 75건 금액 합계 7,128억 상당의 군용유류 구매계약을 체결하거나, 27건 금액 합계 54억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자 국방부가 정유사들을 상대로 입찰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입찰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이고, 이는 그 기준가격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는바, 이하에서 살펴본다.
2. 사안의 검토
위법한 입찰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는 그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낙찰가격과 그 담합행위가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이하 ‘가상 경쟁가격’이라고 한다)과의 차액을 말한다. 여기서 가상 경쟁가격은 그 담합행위가 발생한 당해 시장의 다른 가격형성요인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그 담합행위로 인한 가격상승분만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위법한 입찰 담합행위 전후에 있어서 특정 상품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조건, 시장구조, 거래조건 및 그 밖의 경제적 요인의 변동이 없다면 담합행위가 종료된 후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담합행위 종료 이후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요인들의 현저한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이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상품의 가격형성상의 특성, 경제조건, 시장구조, 거래조건 및 그 밖의 경제적 요인의 변동의 내용 및 정도 등을 분석하여 그러한 변동 요인이 담합행위 후의 가격형성에 미친 영향을 제외하여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함으로써 그 담합행위와 무관한 가격형성요인으로 인한 가격변동분이 손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담합기간 동안 국내 군납유류시장은 과점체제하의 시장으로서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싱가포르 현물시장과 비교할 때 시장의 구조, 거래 조건 등 가격형성 요인이 서로 다르므로 전반적으로 동일·유사한 시장이라고 볼 수 없고, 정부회계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부대비용은 이러한 양 시장의 가격형성 요인의 차이점을 특히 염두에 두고 군납유류의 가격 책정 시 차이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 아니므로, 단순히 담합기간 동안의 싱가포르 현물시장 거래가격에 정부회계기준에 의한 부대비용을 합산한 가격을 가상 경쟁가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1.07.28. 선고 2010다18850 판결).
최근 공사입찰 담합과 관련하여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바, 그 손해액 산정과 관련하여 위와같은 법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나, 위 손해배상 산정의 법리는 물품구매입찰에 대한 것으로서 공사입찰에 대하여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사정이 상당하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공사의 경우 물품구매와 달리 공사원가를 일률적으로 산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공업체의 능력에 따라 매우 상이하고, 당해 공사현장마다 소위 실행이 제각각이므로 비록 그 단가를 표준품셈으로 적용하든 실적단가로 적용하든 소위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찰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청구한 발주기관이나 건설업체들은 가상 경쟁가격에 공사원가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사정이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상.
법무법인(유) 동인 김성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