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관련 법 제정에 관한 우려 -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느 계절이 사람에게 불편을 준다고 해서 건너 뛰거나 폐기할 수 있을까요? 사람에게 생, 노, 병, 사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임의로 선택할 수 없다. 누가 사람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나요? 누가 사람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나요?
"의사들이 '생명유지장치를 끄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가족에게 권유했다." 21살 때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50여년째 투병생활 중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1985년 스위스에 머무르던 중, 폐렴이 악화되어 혼수상태에 빠지자, 의료진은 호킹 박사가 회생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호킹 박사의 생명유지장치를 떼자고 가족에게 제안을 했으나, 아내가 그 제안을 반대해서 생명유지장치를 계속 유지했고, 그 후 점차 상태가 호전되어 현재까지 약 30년간 더 살고 있다. 만일 1985년에 호킹 박사의 생명유지장치를 멈추었다면 어찌되었겠는가? 의료진으로부터 죽음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은 스티븐 호킹 박사 스스로도 '하마터면 이미 죽어있을 뻔 했다'고 고백한바 있다.(연합뉴스 2013년 7월 29일자 보도 참조) 우리나라에는 2013년에 루게릭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1627명에 이르고, 금년에는 급증하고 있다.
길을 건널 때는 보행자 입장에서, 차를 운전할 때는 운전자 입장에서, 도로 사정이나 신호체계를 해석하고 그 상황을 평한다. 지금은 임종기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생각하지만, 내가 어느 때 그 대상에 놓여 있을지 알 수 없다. 유사한 예로, 모자보건법상 일정한 예외적인 경우에 낙태가 허용되도록 법이 제정되었으나 현실에서는 예외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까지 낙태가 만연되어 있고, 낙태죄에 관한 형법 조문은 거의 사문화되어 있다. 이처럼 법이 잘못 제정되거나 남용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그 부정적인 효과가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만들어지면 일부분의 개정도 쉽지 않지만, 설사 잘못되었다고 평가되더라도 폐기되거나 정상으로 회복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생명의 신비는 과학으로, 인간의 인지능력으로 모두 규명하지 못한다. 나치즘이나 유대인학살, 각종 인종차별적인 사례도 결국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데서, 모든 인간은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는 인식을 제대로 하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임종기 환자도 태아나 희귀병 환자나 장애인도 건강한 사람과 동등한 존엄과 가치를 갖는다. 올림픽 다음에 패럴림픽이 개최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것처럼.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사람의 수명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늦출 수도 없고 앞당겨서도 안 된다. 큰 둑도 작은 구멍에서 허물어지듯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한 불의와 폭력은 결국 모든 사람으로 향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그 피해자가 되는 첫걸음이 된다. 법에서 말하는 연명의료결정 대상이 '오늘은 내 이웃'이라면, '내일은 바로 내가' 그 대상에 놓여있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출처: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