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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제]검찰 개혁의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

2017.07.29


[시론] 검찰 개혁의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국민들로부터 가장 큰 환호를 이끌어낸 조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검찰과 관련한 일련의 행보도 그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조국 민정수석의 임명, 돈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 지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교수 출신 박상기 법무부장관 임명, 일부 검사장급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조치 등 검찰 구성원들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한 발표가 숨 돌릴 새 없이 이어졌다. 이제 법무부장관에 이어 검찰총장도 새로 취임했으니 본격적인 검찰 개혁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핵심 세력들, 그리고 적지 않은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검찰을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아니 하였다는 의심 때문이다. ‘무소불위’ 혹은 ‘권력의 시녀’라는 말은 오랜 기간 검찰을 설명하는 수식어로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용어들이 상징하듯 검찰의 개혁은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권한의 분산이고, 다른 하나는 인사권 행사 측면에서의 인적 청산이 그것이다.


 검찰 권한의 분산은 대통령 선거 이전, 거의 모든 후보들의 공약 사항이었으며, 그 이전에 이루어진 여러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 모두 등장했던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난 후에는 매번 흐지부지되곤 했던 이슈가 검찰권의 견제와 관련된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해 보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어떤 형태로든 매듭을 짓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새 정부의 검찰 개혁 방안으로는 우선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의 도입이 추진될 전망이다.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검찰에서도 쉽사리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판사와 검사를 포함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검찰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결실을 맺지 못했다. 당시엔 공수처가 지붕 위에 또 다른 지붕을 얹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름 설득력을 지녔으며, 기존 검찰 제도와의 관계 설정 등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실상 그 누구도 검찰의 편에서 논리를 펴지 않고 있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은 조금 더 복잡한 문제다.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누군가의 표현대로 “호랑이 한 마리를 막기 위해 늑대 100마리를 들이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여러 후보들이 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지만 각론에 있어 세밀한 내용을 담지 못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크게 보면 경찰에 독자적인 영장 청구권을 주는 방안과 1차적인 수사권을 경찰에만 부여하고 검찰은 공소유지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2차적, 보충적 수사권을 갖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는데, 그 어느 쪽이든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찰의 권한이 강력해진다는 측면에서 쉽사리 채택하기는 어렵다. 경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수사, 교통, 경비, 보안, 정보 등 조직ㆍ기능의 분산과 수사 경찰에 대한 내외부적 통제 강화가 전제되어야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 역사상 가장 보장되었던 시기는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기였다. 그러나 그 결과 불행히도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을 초래한 수사가 진행되었으며, 정권이 바뀐 후 검찰은 다시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자유롭고 통제받지 않는 검찰이 어제까지 모시던 주군에게 달려들었던 그때의 경험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검찰을 통제하려 할 것이며, 인사권의 행사가 그 주요한 통제 수단이 될 것이 분명하다. 법무부 장관과 총장이 임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일부 검사장급 보직에 대한 인사조치는 검사에 대한 인사권자가 누구인지를 검사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검찰의 독립은 인사의 독립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인사권자가 강력한 신호를 줄수록, 해당 구성원들은 그에 영향을 받고 인사권자의 철학이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내보이고자 하는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인사권의 행사를 통한 검찰 내부의 인적 청산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검찰의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와 같은 문책성 인사는 집권 초기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향후 예측가능하고 투명한 인사가 제도로서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극심한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