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밥은 법 이상(以上)이다!
"콩 한 조각도 나눠 먹는다",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는 말이 있다. 작은 것도 이웃과 서로 나눌 수 있고, 나누면 함께 풍요로워진다. 만남은 사람들의 삶이 교차하는 기회이다. 혼례 때 행인들까지도 초대해서 음식을 나누는 미풍양속이 있었다. 밥은 단순히 배를 불리는 물체만을 의미하지 않고 훨씬 더 큰 가치를 갖는다. 세상에 거저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인간관계에서 지름길은 없으며, 많은 시간과 만남을 필요로 한다.
공직, 학교, 언론 종사자들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자 지난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됐다. 국민들은 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자신의 행동이 법에 저촉되는지 불안해 한다. 그 법을 알지 못해도 위반하면 책임을 부담한다. 법률전문가도 그 내용을 분명하게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7월 28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졸속입법'이라는 재판관의 의견이 제시될 정도로 국민들의 총의 수렴이 아쉽다.
국민들의 법감정을 무시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1973년 유신시대에 만들어진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 및 가정의례준칙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폐기되었던 전례가 있다.
부패의 정도가 악화되고 있어서 부패의 사슬을 획기적으로 단절하겠다는 시대적 결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국민의 생활을 청탁금지법으로 규율하는데 정당성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이 법을 통해서만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삶의 현장은 법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는 영역들이 많다. 국민의 생활을 규율하는 방법으로 법은 최후의 카드가 되어야 한다. 법으로 국민을 통제하는 법률만능주의는 전근대적인 사고에 기인한 것으로 지양되어야 한다. 자칫 법의 홍수에 전 국민들이 쓰나미처럼 휩쓸려가게 되고, 인간관계는 엄격한 규율과 통제 아래 기능적이고 기계적인 상황으로 전개되고 불신과 단절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지연, 학연, 직연 등 각종 인연으로 뭉치게 된 집단인 파벌의 영향력 행사가 만연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청탁금지법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부작용으로 기존의 경제적, 사회적 네트워크와 틀은 더욱 고착화되고 '끼리끼리'문화는 그 결속력이 점점 더 강해져 새로운 세대의 진입장벽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 실질은 매우 높고 견고해질 것이 심히 우려된다.
청탁금지법이 제2의 가정의례준칙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벌써부터 예외를 주장하는 힘있는 집단들의 주장이 나온다. 누더기법이 되거나 예외가 일상화되어서는 아니 된다. 또한"남의 손의 떡은 커 보인다"고, 이현령비현령으로 적용되거나 전가의 보도처럼 법이 남용되어서는 아니 되며, 여론이나 법집행기관에 의해 무고한 희생양이 나와서는 아니 된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을 지켜볼 일이다. 그리하여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