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창올림픽과 평화올림픽
다음달 9일부터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이번 올림픽에선 남북 공동 입장 시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의 사용,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공동 훈련 등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문제과 관련, 고위 인사의 실언이 반복되면서 여론도 남북 단일팀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올림픽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단일팀 구성 문제가 불거지다 보니, 혼란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원래 우리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평창올림픽에 남북 단일팀 참가를 제의했으나, 북한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그 사이에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하여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가 이루어졌고, 해가 바뀌자 느닷없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가 발표되었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 어떻게든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 계기를 평화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을 통해 구현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할 생각이 없다. 올림픽 이후의 국제정세가 우리가 의도한 대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다시 등장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갖기에는 너무나 불안한 요소가 많이 있다.
우선은 시기적으로 너무나 촉박한 때에 북한의 참가가 결정되었다. 이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올림픽에 참여하는 선수나 코치진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급박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올림픽이 국가 간 대항전의 성격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설원과 빙판에서 승부를 겨루는 것은 분명히 선수로서의 개인이다. 당장 자비를 들여 훈련을 하며 팀워크를 다졌던 여자 아이스하키 팀 감독이나 대표 선수들은 정부의 결정을 좀처럼 납득하지 못하고 있으며, 마식령에서의 훈련을 앞둔 선수들 역시 평창이 아닌 전혀 낯선 스키장에서 대회 직전 합동 훈련을 해야 한다는 말에 어이없어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올림픽이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고 있으며, 선수 개개인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 의도 역시 의심스럽다. 그동안 꾸준한 우리의 제의를 무시한 북한이었다. 그런 북한이 개최까지 불과 한 달여를 앞둔 시점에 참가를 결정한 것이 순수한 올림픽 정신의 발현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 연합 훈련 연기가 결정되었으며, 그 외에도 북한 내 주민 결속, 대외 홍보, 한국 내 갈등 유도 등 북한은 그야말로 ‘꽃놀이 패’를 들고 이번 동계 올림픽을 즐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46명의 선수에 230명이 넘는 규모의 응원단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모로 보나 비정상적인 숫자이다. 지난 몇 차례의 남북 단일팀 구성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저 대규모의 응원단이 평화의 메신저 역할보다는 북한 체제 선전에 보다 치중할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국제사회의 시선이다. 북한은 지금 핵 실험과 미사일 개발로 전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고강도의 국제 제재도 진행 중이다. 그 와중에 남북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한 민족’을 외쳐대는 모습이 국제사회에 얼마나 기괴하게 비춰질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올림픽을 취재하기 위해 평창을 찾은 수많은 외신 기자들 앞에서 저들은 마음껏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기회를 얻게 될 텐데,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가 이를 제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와 같은 일련의 행위가 자칫 국제사회의 균열이나 동맹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 변화로 발전하지 않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부디 이런 걱정이 말 그대로 ‘기우’이기를 바란다. 평화로 가는 길목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작은 장애물에 불과하기를 바란다. 북한의 참가를 이끌어내고 성공적으로 평창 올림픽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북한에 양보할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준비 협상이나 대회 기간 동안 우리 정부가 북한 당국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주기를 바란다. 올림픽은 우리 끼리만의 잔치가 아니라 전 세계인이 함께 하는 축제의 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