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제]유치권 배제 특약의 효력
[사안의 개요]
가. 주식회사 갑은 건물을 신축ㆍ분양하는 사업을 시행하면서 2008. 7. 30. 시공사ㆍ대리사무 수탁자ㆍ대출기관과 사업약정 및 대리사무계약(이하 이 사건 사업약정)을 하였다.
나. 이 사건 사업약정에서 약정 당사자들은 ‘시공사는 공사대금의 미지급을 이유로 신축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정하였다. 시공사는 그 무렵 대출기관에 시공권 및 유치권 포기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그 내용은 ‘부도, 파산, 회생절차개시 신청, 기타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유 발생 및 기타 정상적으로 본 사업을 수행할 수 없을 경우, 본 공사와 관련한 유치권 및 시공권 주장 등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다. 한편 시공사는 회생절차개 시 결정과 파산선고를 순차로 받았고, 그 파산관재인이 회생채무자 시공사 관리인 소외인의 원고 지위를 수계하였다.
[사안의 쟁점]
시공사가 이 사건 사업약정의 당사자로서 유치권 포기 약정을 하였으나, 이 사건 건물을 공매절차에서 매수한 피고는 위 특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시공사에게 유치권 배제 특약을 주장할 수 없는지 문제가 되었다.
[사안의 검토]
제한물권은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자유로이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유치권은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정담보물권으로서, 당사자는 미리 유치권의 발생을 막는 특약을 할 수 있고 이러한 특약은 유효하다. 유치권 배제 특약이 있는 경우 다른 법정요건이 모두 충족되더라도 유치권은 발생하지 않는데, 특약에 따른 효력은 특약의 상대방뿐 아니라 그 밖의 사람도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11. 5. 13.자 2010마1544 결정 등 참조).
한편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 여부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법률행위에서 효과의사와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의사표시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유치권 배제 특약에도 조건을 붙일 수 있는데,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지는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약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411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시공사가 이 사건 사업약정의 당사자로서 유치권 포기 약정을 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을 공매절차에서 매수한 자로서 위 특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위 약정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6다234043 판결 [유치권방해금지]).
따라서, 시공사가 ‘시공사는 공사대금의 미지급을 이유로 신축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약정을 한 경우 시공사가 도급인 또는 대리사무수탁자 등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들을 상대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제3자에게도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