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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제]속는 자와 속이는 자

2016.05.14

 [시론]속는 자와 속이는 자

 

사진설명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되어 처벌을 받고 있는 한 기업인과 그를 변호했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다툼이 법조계를 넘어 정ㆍ관계 인사들까지 연관된 이른바 게이트로 비화할 기세다. 처음에는 양측의 폭로에 의해 서로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더니, 이후 항소심 감형을 둘러싼 법조 비리의 양상으로 흘러가다가, 이제는 해당 기업인이 사업 확장을 위해 정ㆍ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니, 이 불똥이 장차 어디로 튈지는 아무로 모른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당사자들은 몹시 곤혹스러울 것이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대중들의 흥미를 끌 요소가 많았다. 우선은 해당 기업인이 변호사 비용으로 지불했다는 액수가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어서 일반인들은 물론 같은 직역에 종사하는 변호사들까지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착수금으로 20억원, 무죄나 집행유예로 석방되었을 경우 3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횡령이나 배임 등 복잡한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안이 아니고 장기간의 실형이 선고된 것도 아닌, 1심 선고 형량 징역 1년의 도박 사건 항소심으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수임 약정이기 때문에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물론 20억원의 성격을 두고 양 당사자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고, 특히 담당 변호사는 해당 기업인이 저지른 10여 건의 다른 사건에 대해 합의 등 뒷수습 비용으로 그 대부분이 소진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상식을 넘어선 거액이 변호사 비용으로 오간 사실이 덮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유형의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소위 ‘브로커’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원래 브로커는 타인 간의 상행위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정한 직역의 사람들과의 친분을 내세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로 이해되고 있다. 검사나 판사와 가까운 사이이므로 구속을 면하게 해 줄 수 있다거나, 행정관청에서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평소 알고 지내는 담당 공무원을 통해 편의를 봐주거나 특혜를 받아 주겠다며 접근해 거액을 받아 챙기는 식이다. 이들은 대 정부 민원뿐 아니라 기업과의 거래, 입학, 취업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 관여한다. 인맥을 중시하는 우리 정서와 맞닿아 있다.

필자는 20년 가까이 검사로 근무하면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교도소 담벼락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다가 결국 영어의 몸이 되는 모습을 많이 지켜보았다. 나중에 수사 과정에서 확인을 해 보면, 이들이 내세우는 유력자와의 관계는 ‘나는 잘 알지만, 상대방은 나를 잘 모르는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나는 유력자와 가깝다고 생각 혹은 주장하지만, 유력자 입장에서는 나와 ‘어쩌다 가끔씩 인사를 나누는 수많은 사람 중의 하나’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좋게 말해서 과장이고,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새빨간 거짓말이다.

일단 누군가와의 친분을 불필요하게 강조하는 사람은 한 번쯤 의심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특히 공직자와 진정 가까운 사람이라면 그에게 조금이라도 누를 끼칠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필자가 공직에 있던 시절, 이런저런 사건을 알아봐 달라거나 조언을 구하는 이들은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 아니었다. 몇 년에 한 번 모임 자리에서 만나 어색하게 안부를 주고받던 사람으로부터 느닷없이 연락을 받고 사건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런 과장 혹은 거짓말이 먹힌다는 데에 있다. 그것은 상대방이 브로커의 말을 믿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성적이 우수하지 않은 학생을 소위 명문대에 입학시켜 줄 수 있다고 속여 그 학부모로부터 19억원을 편취했다는 학원 강사에 대한 최근 기사는 그와 같은 믿음이 형성되는 과정과 그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이 사회의 브로커들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전문가인 파멜라 메이어는 그의 책 <속임수의 심리학>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누구도 당신의 승인 없이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거짓말은 속이는 사람과 속는 사람의 합작품이다. 누군가 거짓말을 내뱉어도 그것을 순순히 믿는 사람이 없다면 먹힐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