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의 세제개편 방향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과학기술의 발달이 계속될 때 그 결과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에 관해서는 논쟁이 있으나 아마도 후자일 듯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안겨주고 업무효율을 높인 반면에 많은 일자리를 앗아갔다. 여기에 3D프린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등의 새로운 과학기술은 한층 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소득을 감소시킬 것이다. 그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할 인공지능으로 무장된 고성능 로봇들에 의해 극단적으로 심화될 것이다.
인구감소를 염려하고 인구증가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인간이 소비를 하기 때문인데 고성능 로봇의 등장은 소비는 하지 않고 생산만 하는 인간이 대량 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재화와 용역의 공급과잉 현상은 더 심해지고 인간의 일자리는 더 줄어들며 소득은 더 감소할 것이다. 1대가 수십 명, 수백 명 몫의 일을 하는 로봇들이 앞으로 얼마든지 쏟아져 나올 것이므로 새로 생기는 일자리에 비해 없어지는 일자리가 훨씬 더 많을 것임은 자명하다.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임금 수준이나 소비 수준이 과거와 같이 높을 수가 없음도 자명하다. 과학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달하면 인간에게 오히려 해롭게 된다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세상을 놀라게 한 알파고는 10년 후쯤에 되돌아보면 아주 조악한 인공지능에 불과했던 것으로 생각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거 대체하게 될 때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과연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은 불가피하게 사람들의 의식과 제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들어 부쩍 논의가 활발해진 기본소득의 도입도 장기적으로는 필연적일 것이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의 '샌더스 돌풍' 현상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변화의 바람은 이미 세계 각국을 강타하고 있고 각국의 정치 지형을 변모시키고 있다. 더욱이 브렉시트 투표를 계기로 분출되기 시작한 반세계화의 흐름과 과학기술 발달의 역설 현상이 결합될 때 그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앞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든, 도입하지 않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복지예산이 필요하고 그 재원 마련이 절실해지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
첫째, 소득세에 있어서 초고소득에 대한 고율의 소득세 부과가 필요하다. 현재의 최고 소득세율은 과세표준 1억5천만 원 초과 구간에 대해 38%의 소득세율과 3.8%의 지방소득세율을 합하여 41.8%이다. 그 외에 소득세와 연동하여 부과되는 각종 사회보험료도 있다. 그리하여 개인이 번 돈의 50%대만이 그 개인의 주머니에 실제로 들어가게 되므로 이 정도의 소득 구간에서 최고 소득세율을 더 높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소득 규모가 수십억 원 이상인 초고소득 구간에 대해서는 현재의 최고 소득세율보다 훨씬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여 세금을 많이 내게 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부합할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비과세·분리과세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상속세와 증여세에 있어서도 현재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 논란도 상속증여세율 조정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번 돈도 아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증여받거나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소득세보다 훨씬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현재의 최고 상속증여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50%이나 과세표준이 수백억원 이상이라면 상속증여세율이 훨씬 더 높아야 할 것이다. 다만 가업승계가 곤란해지지 않도록 가업상속공제 등의 특례를 둘 필요는 있다. 또한 현재처럼 금액 제한 없이 10%로 되어 있는 신고세액 공제에 금액 한도를 둘 필요가 있다.
셋째, 법인세에 있어서는 영업이익률을 고려한 차등 과세가 필요하다. 현재의 최고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 구간의 경우에 22%인데 영업이익률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따라서 영업이익률이 높은 회사든 낮은 회사든 과세표준이 같으면 동일한 세금만 내면 되는데 아무리 혁신의 결과라고 하더라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하여 과다하게 이익을 얻는 기업이 있다면 더 높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기업은 없으므로 세금을 많이 내게 될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임금을 인상하거나 복리후생비를 늘릴 유인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일정 규모 이상의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을 영업이익률에 비례하여 더 올림으로써 특정 기업이 과다하게 얻은 이익이 세금으로 환수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현재의 법인세 비과세혜택을 축소하여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고 22%보다 더 높은 법인세율이 적용되는 과세 구간을 신설할 필요도 있다. 다만 모든 구간의 법인세율을 일괄적으로 상향 조정하거나 특정 구간의 법인세율을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우리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넷째, 현재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약 절반에 달하는 과다한 면세자 수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상위 10%의 근로자가 전체 소득세의 68%를 내고 있으나 100만원을 벌면 5천원이라도 세금을 내는 것이 헌법 정신에도 맞고 국민으로서 당당한 일일 것이다.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적용받아 납부할 세액이 없게 되더라도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최소한 일정 금액 이상의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부합한다.
다섯째, 최근 들어 논의가 활발해진 '로봇세'의 도입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예를 들어 로봇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일정 비율의 세금을 거두면 첨단기술의 수익자가 세금을 더 부담하게 하여 형평도 기할 수 있고 세수도 확대할 수 있다. 다만 국제적인 공조 없이 특정 국가만 로봇세를 도입해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과학기술의 발달 자체를 중단시킬 도리는 없다. 그러나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드는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에는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혁신적인 세제개편 등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같은 만원이라도 부자의 만원과 가난한 자의 만원은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 부자로부터 가난한 자에게 돈이 흐르게 해야 사회 전체의 효용도 높아지고 소비도 활성화될 수 있다.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점 더 큰돈을 벌기 어려워지는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에는 성공한 소수가 나머지 다수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학기술혁명의 시대에는 기존의 익숙한 의식과 결별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과도한 부의 축적은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 사회적 악덕이라는 인식과 나눔의 정신이 한층 더 강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