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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검·경수사권 근본 틀을 다시 짜자

2018.03.28

[여의도포럼-김종민] 검·경수사권 근본 틀을 다시 짜자

지난 1월 청와대 권력기관 개편안에 이어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폐지한 헌법개정안 발표로 검찰 개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오랜 기간 논란이 계속돼 왔던 검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검찰은 부적절한 과거와 단절하고 책임과 사명을 다할 의무가 있고 그것만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성공적인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각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청와대가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방침과 달리 문제가 많고 논란의 근본 해결책으로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검·경수사권 문제는 인권과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관한 중대 사안이다. 검찰과 경찰만이 당사자가 될 수 없고 검·경의 권한 분배 차원에서 논의할 일도 아니다. 10년 이상 계속된 검·경 간 대립과 갈등은 기관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졌고 국민들의 불만과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문제의 원인은 검찰과 경찰 모두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은 선진국에서 보기 힘든 중앙집권적 조직과 권한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검찰과 경찰을 직접 통제하고 수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핵심이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비판받지만 경찰 역시 단일한 국가경찰체제로 경찰청장에게 전국 경찰의 인사와 예산, 수사와 정보, 경비에 관한 권한이 집중돼 있다. 특히 경찰청 정보국을 중심으로 전국에 방대한 정보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경찰이 독자적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정보와 수사의 결합을 통해 통제받지 않는 거대권력이 될 위험성이 커진다.

권력기관 개편안에서 경찰을 일반경찰과 수사경찰로 구분한다고 하지만 경찰청장이 이들에 대한 인사권을 모두 행사하는 한 의미가 없다. 프랑스와 독일 같은 대륙법계 국가에서 행정경찰과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을 분리해 검사 지휘를 받도록 한 것도 경찰수장이 인사권을 이용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경찰이 자질이 부족해 검사 지휘를 받는 것이 아니다. 검찰총장에게 검사인사권이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특별사법경찰과의 관계에서도 중대한 결함이 있다. 수사권은 사법경찰의 권한이고 일반사법경찰 외에 근로감독관, 환경단속공무원과 같이 1만6000명 이상의 특별사법경찰이 있다.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 지휘를 폐지하고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이 주어지면 특별사법경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수사전문가도 아닌 특별사법경찰에게 독자적인 수사권과 영장청구권까지 부여하는 것이 국민의 뜻인지 의문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경찰 권한을 분산한다는 방안도 문제가 있다. 프랑스는 국가경찰(12만명)과 헌병경찰(9만5000명), 지방경찰로 분리돼 있고 독일도 연방경찰과 주경찰, 헌병경찰로 구분된다. 미국도 연방경찰(FBI)과 주경찰이 나눠져 있고, 마약범죄(DEA), 금융증권범죄(SEC), 테러범죄(국토안보부) 수사를 각각 다른 기관에서 한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자치경찰이 지역치안과 성폭력 등 일부 수사를 담당한다고 하지만 외국 사례와 국가정보원 대공수사 기능까지 넘겨받는 것을 감안하면 경찰권력 분산 방안으로는 미흡하다.

권력기관 구조개혁의 방향은 명확하다.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중앙집권화된 검찰과 경찰의 조직과 권한을 분산하고 수사에 대한 효과적인 사법통제가 이뤄지도록 하며 정치권력이 수사에 함부로 관여할 수 없게 검찰과 경찰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검찰과 경찰의 특별수사 기능을 통합해 반부패수사처, 경제범죄수사처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찰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해 일반 수사를 담당하게 하고 국정원 대공수사는 대공수사처로 독립시켜야 한다. 직접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 특별사법경찰을 포함한 모든 수사를 지휘하고 통제한다면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 사법통제 강화라는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권의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편안은 경찰 권력의 비대화라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 만큼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을 청산할 수 있도록 검·경 간 수사권 리모델링이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을 포함해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재건축을 할 때가 됐다.